38주 3일, 진통 3시간만에 출산한 초산모

임신 기간에 먹고 싶은 거 잘 챙겨 먹은 것

이른 저녁을 먹고 너무 졸려서 자다가
저녁 10시쯤 깨서 침대에서 핸드폰을 하며 놀았다.
12시가 다 되어갈 때 쯤
갑자기 배에서 ‘뚝!’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 끊어지는 느낌이 나고 배가 이상한(처음 느껴보는 아픔) 느낌으로 엄청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기에게 문제가 있나 너무 걱정이 되었는데,
태동은 잘 느껴지고 있어서
아기가 놀다가 내 장기가 잘못된건가 생각이 들던 차에 통증 사라졌다.
5분 뒤 배가 또 다시 극심하게 아파왔다.
온 몸을 비틀거리며 아파하고 신음을 하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진통주기 어플을 켜서 체크하기 시작.
정확히 5분 간격으로 진통 중이었다.
너무 심하게 아파하니 자던 남편이 깨서 괜찮냐 물어봤다.
괜찮지 않으니 당장 병원에 전화하라고 했다.
화장실 갔는데 이슬 비쳤다!!!!
다니던 산부인과의 24시 분만실 간호사 선생님과 연결이
되고, 증상(5분 간격 진통, 아파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통증이고 방금 이슬 봤다)을 말했는데
초산이고 38주 3일이라 진행이 더딜 것 같으니 집에서 좀 참아보라고 하셨다.
전화 끊고 진통 주기가 3분으로 줄어들었다.
다시 전화했다. 또 참으란 이야기를 하시며 참다가 정 아프면 전화하고 와보라고 하셨다. 진행 안됐으면 집에 다시 가야한다고 하시면서.
알겠다하고 끊은 후 일단 샤워부터 하고 생각할까했는데
진통이 2~3분 간격으로 계속 오고 도저히 인간이 참을 수 없는 통증이다 싶어서 지금 간다고 전화했다.
다리가 덜덜덜 떨리고 (내 의지가 아닌데 다리가 덜덜 떨리면서 움직이고 힘이 빠짐) 너무 아파서 죽을 지경이라 진통 올때마다 신랑 손 꽉 잡으며 겨우 참고 병원 도착. 새벽 01:30쯤.
신랑은 밖에서 기다리라하시고, 나 혼자 분만실 안으로 들어가서 간호사 선생님께서 내진을 하셨다.
당황한 표정으로 나가시고 다른 간호사 선생님 들어오셔서 또 내진. 매우 당황하시며 진행이 너무 많이 됐다고 하셨다.
당직 의사선생님 바로 오시고 또 내진.
밖에 있는 남편 호출하여 80% 진행됐으며 1~2시간 안에 출산할거라고 전달하셨다. 진행이 너무 많이 되어서 무통도 못맞을 수도 있다고 하셨다.
충격 속에서 ㅋㅋ 진통이 올 때마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내진을 막 하시고 힘주라고 하시면서 배를 누르고 난리...
(출산 후에 보니 배에 멍들어 있었다ㅠㅠ)
한명은 내진하며 자궁 문 더 열고 계신 듯 했고
다른 한 명은 계속 배를 눌러서 아기를 내리셨다.
아파요 아파요 하다가 “아 아파!!!!!!!” 하고 반말을 시작ㅋㅋㅋ
(죄송해요.. 진짜 눈앞에 보이는게 없었어요ㅠㅠ)
당직 선생님 오셔서 무통을 꽂아주고 가시고
꽂았음에도 별 효과가 없었던건지 그냥 계속 아팠다.ㅠㅠ
너무 아프고 하늘이 하얗다가 노랗다가 인간이 낼 수 있는 소린가 싶은 소리를 지르며 진통을 하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손잡아주시며 호흡하라고 소리지르면 애한테 산소 안간다고 말씀해주셔서
노력을 해보려하는데 호흡이고 나발이고 그냥 계속 소리를 질렀다....
진통 체크하시며 진통 심할 때 힘주라고 하셔서
힘을 열심히 주는데 힘이 안들어온다고 하셔서
“아 힘 주고 있는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하고 억울함을 표현 ㅋㅋㅋ
내 손으로 내 다리를 잡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
10초간 숨 참고 고개 들어서 배꼽보며 힘을 주라는데
10초간 숨이 안참아진다.ㅠㅠ 힘주다가 또 소리지르고ㅠㅠㅋㅋㅋ
관장은 할 수도 없었고
제모도 안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말도 없이 시작하신 제모
“으악 아파요 아프다고요 아ㅏ 파아파아ㅏㅏㅏㅏ”
2차 반말ㅠㅠㅋㅋㅋㅋㅋ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게 저 난리를 치던 중
뜬금없이 클래식을 틀어주시길래 저건 또 뭐냐 했는데
드디어 주치의 선생님 등장!!!
편안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안도의 숨이 내뱉어졌다.
내가 아파요 하며 울부짖자
주치의 선생님, 어쩔 수 없다며 곧 끝난다고 하심 ㅋㅋㅋㅋㅋ
평소 진료 때도 무뚝뚝한 어투로 극T같은 말씀을 하셨는데
(나는 그런 선생님이 좋았다!)
어쩔수 없다는 말씀이 저 순간에도 웃겼다.ㅋㅋㅋ(웃진 못했지만) 그 말씀 덕에 마지막 통증 버틴 듯 ㅋㅋㅋㅋㅋ
주치의 선생님 들어오신 후 3분만에 아기가 나왔다!
머리가 골반에 껴서 난 이제 죽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
마지막 힘을 우아우아으아아아악 하고 줬고
서걱하며 회음주 잘리는 소리가 들린 후
아기머리가 나오는 느낌이 들었고
갑자기 힘빼라고 말씀하시는 의사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들..
“하....” 하며 힘을 빼자 몸통이 쑤욱 나오는 느낌이 들었고
너무 신기하게도 갑자기 통증이 제로가 되었다.
새벽2:53분.
내 배에 아기 올려주셨는데 (탯줄이 짧아서 가슴까지 못옴)
아기의 체온과 그 움직임이 너무 신기했다.
밖에 있던 남편은 그렁그렁한 눈과 어리둥절한 표정
놀라고 감격스러운 그 표정을 하고선, 아기 먼저 안 보고 내 머리카락을 먼저 쓸어준 남편이 너무 고마웠다.
남편이 탯줄을 자르고
아기를 보며 행복해 하는 동안
의사선생님은 열심히 후처치를 하셨다.
(진짜 너무 신기한게 통증이 왜 없지..?)
태반 나올 때 아랫배를 마구 마사지해주시는데
나 진짜 너무 아파서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ㅠㅠ
후처치 모두 끝난 후
침대에서 내려와 휠체어를 타고 입원실로 이동했다.
23:50 진통 시작
01:30 병원 도착
02:53 출산

6시간 내에 소변 봐야한다고 하셔서
커트라인 1시간쯤 남겨두고 남편의 부축을 받아 화장실로 이동하다가 쓰러질뻔하여 지나가던 간호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다.
어지러운 증상이 심각하여 철분제 2앰플을 맞았다.
오로가 계속 나오는데 내가 스스로 패드를 갈 수 없기때문에
간호사선생님께서 회음부 상태 보시며 패드를 갈아주셨다.ㅠㅠ
아기가 너무 보고싶어서 오후에 휠체어를 타고 신생아실 면회시간에 맞춰서 다녀왔다.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간호사 선생님께서
왜 휠체어타냐고 혼내셨다 ㅋㅋㅋ 걸어야 빨리 회복한다고 ㅋㅋㅋㅋ
밥 잘 먹고
약 잘 먹고
잘 걸어야합니다...

다시 돌아가도 자연분만할겁니다!
통증이 너무 무섭지만
아기 얼굴보면 그 통증 다시 겪은다해도
우리 아기 낳을겁니다!!!!
(아기 사진은 공개하기 좀 그래서 꽃 사진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