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5주차.. 아기집이 안보여요(긴글주의)

다음달이면 결혼 5주년 되는 34세 여자예요
결혼 2년까진 신혼을 즐기고 싶어 피임을 했고
(그렇다고 질내사정 안 하진 않고 배란기만 피했어요
나중에 임신 더 어려울까봐..)
3년차부터 임신 시도를 했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임신이 이렇게 어려운건지 몰랐어요
저희가 난임부부가 될지 꿈에도 몰랐고..
남편은 성욕이 넘치는데 저는 또 너무 없어서 더 힘들었네요

진작 병원엘 갔어야 하는데 조금의 희망을 갖고
이번만 해보자... 하면 또 실패하고
그렇게 3년을 허비하고 이러다간 나이만 먹겠다 싶어
(남편이 올해 40이거든요ㅠ)
지인이 병원을 추천해주기도 해서
지난 3월말에 처음으로 난임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진작 올걸..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산부인과보다 상담이나 검사들이 자세하더라구요.
초음파, 혈액 검사, 나팔관 조영술, 남편 정자검사 등등
결과는 저는 별 문제 없었어요.
배란이 불규칙 하다는 것만?

오히려 난소 나이가 25세로 굉장히 젊게 나왔고
(이게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나팔관도 아주 깨끗하다 그랬어요
남편의 정자는 다행히(?) 형태만 이상 있었구요..
정상정자가 2프로라는.. 많은 남성들이 그런 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저희는 자연으로 몇 번 시도해볼 수 있어서
영양제랑 처방받은 약들을 먹으면서 시도했어요
병원 갈 때 애초에 3번까진 자연 시도해보고 싶다..
그래도 안 되면 인공수정 하자라는 생각으로 갔거든요
그래서 자연임신 시도할 수 있다 그래서 너무 감사했어요
저희 아가씨(남편 여동생) 부부도
작년에 인공수정 한 번에 성공해서
지난달에 쌍둥이 출산했거든요

비타민 D 주사 맞으면 정자도 좀 좋아질 수 있다 그래서
저희 둘 다 비타민 D 부족이라 주사 맞고
저는 배란유도제와 착상 도와주는 호르몬 약 먹으면서
숙제날에 숙제를 했어요..
2번 내주셨는데 1번은 제 날짜에 했고
1번은 그날 저희가 일이 있었어서 다음날 아침에 했어요
난자가 24시간은 산다 했으니 괜찮겠지 하는 맘으로ㅠ

2주를 애타게 기다리고 임테기 한 결과
한 줄만 뜨길래 실망하려던 찰라
좀 기다리니 왼쪽에 희미하게 뜨더라구요!
이런건 첨이라 너무 신기해서 남편한테 이리 와보라고 했더니
뭐야뭐야 하면서 설레하면서 오는데
남편 얼굴 보자마자 울었어요
저도 알 수 없는 감정이 막 올라오면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이렇게 내가 기다렸던건가? 싶고...
막 아기가 엄청 갖고싶은 것도 아니였는데...

병원에서 2주 지나면 임신 검사하러 오라 그랬어서
다음날 바로 예약 잡고 병원 갔더니 피 검사 해주더라구요
결과는 161로 임신 수치였어요.
아 정말 임신인가보다 하고 친정엄마한테만 소식을 전했어요
(어떻게 딱 알고 전화를 하셔서...)
아빠랑 시댁에는 아기집 보면 전하려구요
(보통 그러는 거 같아서)

병원에선 일주일 뒤에 와서 초음파 해보자 하셨고
다음날 또 임테기 해봤는데 어제랑 비슷한 진하기였어요
그리고 이틀 뒤에 또 해봤더니 좀 더 진해졌구요
저도 다른 분들처럼 두 줄 다 진한 거 보고싶어서
흐르는 소변이라 양이 적어서 그런가 싶어
이틀 뒤에는 소변을 용기에 받아서 했더니
바로 왼쪽 줄부터 딱! 뜨더라구요.. 진하기도 두 줄 같았구요

와 진짜 임신인가보다 하고 임신관련 어플 깔고
마미톡도 깔고 매일 들어와 보면서 댓글도 달고
일주일을 애타게 기다려 이번주 화욜에 병원에 갔죠
그런데 아기집이 안 보인대요..
막생리 기준으로 5주 2일차였거든요
아직 초기라 안 보일 수도 있다 하시고
피 검사 또 하자 하셔서 했는데 수치는 1061.
아기집 보면 여기에 글 올리려 했는데..

병원에서 토욜에 와서 한 번 더 보자하셔서
오늘 아침에 남편이랑 갔는데 또 안 보인대요...
하.. 오늘 그말을 들었을 땐 정말 맥이 빠지더라구요
오늘은 보여야 하는데 안 보이니 피 검사 또 하고 가시고
결과에 따라 자궁외임신까지 의심해볼 수 있다고....
설마설마 그것만은 아니길 바랐는데.....
병원 나오자마자 참았던 눈물이 터지더라구요
남편은 옆에서 괜찮다 하는데 저는 전혀 괜찮지 않고...

혈액 검사 결과 기다리는 중인데 저 어떻게 하죠?
얼마 전에 유산했다던 친구도 생각나고..
(얘기 들었을 당시는 잘 몰랐지만
이젠 너무나 그 맘을 알 것 같은)
다른 분들 경험글 보면서 또 눈물이 나고 그러네요..
임신 했다고 좋아했는데 그러면 다 된건줄 알았는데..
넘어야 할 산이 왜이렇게 많은건지 속상하네요..

부디 지금은 아기집이 늦게 보이는 거라고 믿고 싶어요.
저처럼 늦게 보신 분들 계실까요..
첫 글을 임신 성공 후기를 올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우울한 글이 돼버렸네요 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